게임을 시작할 때 마주하는 튜토리얼은 대부분의 플레이어에게 '필요악' 같은 존재입니다. 기본적인 조작법을 배우고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, 때로는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죠. 최근 출시된 중세 RPG 킹덤 컴:딜리버런스 2(Kingdom Come: Deliverance 2)는 이런 튜토리얼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.
파격적인 3시간의 튜토리얼!
Warhorse Studios의 야심작 킹덤 컴:딜리버런스 2(Kingdom Come: Deliverance 2) 는 튜토리얼 구간에서부터 파격적입니다. 대부분의 현대 게임들이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튜토리얼을 마무리하는 것과 달리, 이 게임은 무려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튜토리얼에 할애합니다. 같은 시기에 출시된 판타지 RPG Avowed가 45분 만에 튜토리얼을 끝내는 것과 비교하면,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.
방대한 학습 내용
그렇다면 킹덤 컴:딜리버런스 2(Kingdom Come: Deliverance 2) 는 이 긴 시간 동안 무엇을 가르치는 걸까요? 게임의 튜토리얼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.
1. 스토리 컨텍스트
- 전작의 스토리 복습
- 주인공 헨리의 배경과 부모님 살해 사건
- 현재 보헤미아 왕국의 정치적 상황
2. 전투 시스템
- 귀족 한스 카폰과의 검술 훈련
- 다양한 무기 사용법
- 방어와 반격 타이밍
3. 생활 시스템
- 파클(Farkle)이라는 주사위 게임 룰
- 잠행과 스텔스 메커닉
- 연금술을 통한 포션 제작
4. 사회적 상호작용
- 대화 선택지와 설득 시스템
- NPC와의 관계 형성
- 평판 시스템의 영향
튜토리얼의 특징과 한계
이 긴 튜토리얼은 장단점이 모두 존재합니다. 가장 큰 장점은 게임의 복잡한 시스템을 천천히, 확실하게 익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. 특히 중세 시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게임의 특성상, 현대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시스템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.
반면, 가장 큰 단점은 게임의 흐름이 자주 끊긴다는 점입니다. 특히 파클이나 잠행 시스템 같은 복잡한 메커닉을 설명할 때는 긴 텍스트 설명이 이어지면서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죠. 이는 현대 게임들이 추구하는 '자연스러운 학습 곡선'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접근방식입니다.
성공적인 플레이어 유입
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긴 튜토리얼이 게임의 성공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. 게임은 출시 직후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, Steam 통계에 따르면 87.5%의 플레이어가 튜토리얼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오픈월드로 진입했습니다. 이는 긴 튜토리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매력을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.
게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튜토리얼
킹덤 컴:딜리버런스 2(Kingdom Come: Deliverance 2) 의 튜토리얼은 단순한 게임 설명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. 이는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선언과도 같습니다. 이 게임은:
- 부분적인 관심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게임
- 완전한 몰입과 집중을 요구하는 정통 RPG
- 중세 시대를 사실적으로 체험하고자 하는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
임을 튜토리얼부터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죠.
결론: 의미 있는 '진입장벽'
3시간이라는 긴 튜토리얼은 분명 현대 게임 트렌드에서는 이례적인 선택입니다. 하지만 이는 Warhorse Studios가 만들어낸 깊이 있는 중세 세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.
튜토리얼을 완료한 플레이어들은 보헤미아 왕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롤플레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.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서사, 복잡하지만 사실적인 전투 시스템, 그리고 살아있는 것 같은 중세 세계가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.
결국, 킹덤 컴:딜리버런스 2(Kingdom Come: Deliverance 2) 의 튜토리얼은 '필요악'이 아닌,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준비하기 위한 의미 있는 '진입장벽'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. 이는 현대 게임 업계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'느리지만 깊이 있는 게임'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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